본문 바로가기
습관으로 바뀐 삶

산책의 즐거움

by 청야5511 2025. 6. 6.
반응형

산책의 즐거움

-조용한 걸음 속에서 마주하는 나


나는 소위 말하는 ‘집돌이’다.
집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혼자 차를 마시며 보내는 시간이 좋다.
복잡한 약속도, 사람 많은 장소도
그리 편하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끔 아주 멀리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바람 따라 걷고,
눈길 닿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런 순간들.

말 그대로 ‘산책’이라고 하기엔 조금 긴,
그렇다고 여행이라 부르기엔 너무 느린…
그 애매한 걸음 속에서
나는 묘한 즐거움을 느낀다.

어느 날은 낯선 동네 골목을 걷다가
작고 오래된 책방을 발견하고,
어느 날은 평소엔 지나치던 나무 한 그루에
눈길이 머무른다.
그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괜히 하늘 한번 보고
혼자 피식 웃기도 한다.

산책은 목적이 없어서 좋다.
어디에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고
시간에 쫓기지도 않는다.
그저 나와 함께 걷는 길,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길을 걷다가
풀숲에 핀 들꽃을 보고 멈춰서고,
햇살에 반짝이는 유리창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걷고.
그 모든 순간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쉼표처럼 다가온다.

나는 지금도 집을 사랑하지만
이따금 떠나는 산책이 있어서
더욱 단단해진다.
나를 위한 조용한 탈출,
그게 내가 산책을 사랑하는 이유다.

도산서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