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더위와 한 판 붙었다.
-여름, 그것은 인내력 테스트의 계절-
나에게 여름이란 계절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버팀”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햇빛이 쏟아진다는 말도 어릴때는 낭만이었지만 지금은 공포다.
“후끈한 공기폭탄이 연일 떨어지는 중”이라고 해야 실감이 난다.
그렇다고 내가 밖에서 막노동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실내 직장인인데도,
그 열기 하나가 사람 기를 쪽쪽 빼먹는다.
그래도 직장은 에어컨이 나오지만
휴일에 집에 있을때는 나는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버티는 거다. 말 그대로 버텨보는 중이다.
왜냐고?
딱히 이유는 없다.
어디서 오는 오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여름을 내 손으로 버텨낸다”는
작은 자존심 같은 게 있다. (쓸데없는 고집)
그렇다고 불멸의 인간이 되겠다는 건 아니다.
샤워도 자주 한다. 물도 열심히 마신다.
선풍기도 틀고, 창문도 활짝 연다.
하지만 에어컨만은 꼭 마지막 카드다.
“지면 트는 거다”라는,
태양과의 묘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여름은 더위보다 내 안의 본성과 싸우는 시간
사실 나는 조급한 성격이다.
더운 거 못 참고, 귀찮은 거 못 참는다.
그런 내가 이 더위를 참아보는 건,
단순한 ‘더위’와 싸우는 게 아니다.
내 성격과의 싸움이다.
지금 이 더위가 나한테 말 걸어오는 것 같다.
“야,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데?”
“너 얼마나 성질 죽일 수 있는데?”
“에어컨 버튼 하나마 누르면 편한데,
안 누를 수 있겠어?”
이 질문에 대답하듯,
오늘도 땀이 줄줄 흐르는 속에서
혼자만의 승부를 치른다.
그리고 그날 밤, 에어컨 없이 자리에 누우면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승리감이 따라온다.
“그래, 오늘도 에어컨 안 켰다.
더위한테 안 졌다.”
그리고, 어차피 가을은 온다.
이 과정도 언젠간 추억이 된다
언젠가는 이 뜨거운 여름도 끝날 것이다.
숨 막히는 밤도, 식욕이 떨어지는 점심도
하나둘씩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그저
“오늘 하루만 견뎌보자”라는 생각으로
버티는 중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무슨 고행도 아니고 왜 이러냐”고.
그래 맞다. 고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무의미해 보이는 싸움 속에서
내 안의 어떤 본성을 조련하는 기분이 든다.
인생이란
종종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싸움들로
자존을 단련시키는 거 아닐까?
마치며
오늘도 나는 작은 에어컨 리모컨 앞에서
내 인내심과 인격을 시험 중이다.
뜨거운 날이 내게 묻는다.
“너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데?”